2023년 1월 20일에 출시된 넷플릭스 영화 <정이>는 <부산행>, <지옥>을 제작했었던 연상호 감독의 첫 SF영화입니다. 이제는 돌아가신 故 강수연 유작이며 김현주 류경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영화 <정이>의 배경은 2194년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심한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급작스럽게 상승하면서 인류는 우주로 향하게 됩니다. 그곳에는 지구와 달의 궤도면 사이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은신처가 생겨나고 수십 년에 이어 90여 개의 은신처로 대민족 이동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몇 개의 은신처에서 스스로를 아드리안 자치국이라고 발언하며 지구와 다른 은신처에 공격을 시도하며 몇십 년 동안 매우 긴 전쟁이 이어지게 됩니다.
정이(김현주)는 내전에서 수많은 승리를 이끈 전설 속의 용병입니다. 단 한 번의 작전을 실수하여 식물인간이 된 그녀는 35년이 지나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시대적인 영웅이 되어있었습니다. 크로노이드 연구소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정이의 뇌를 복사해 최강의 AI를 만드는 실험에 박차를 가합니다. 중년이 된 정이의 딸 서현(강수연)은 어머니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이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연구를 개시합니다.
감독은 영화 <정이>를 통해 AI는 대체 무엇인가라는 의구심을 남깁니다. 정이 AI는 인간이 아니지만 복사한 뇌를 통해 실제 사람과 같이 감정과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생김새도 인간과 거의 비슷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끊임없이 실패를 반복하며 AI를 버리게 되는데 작중에서 서현만큼은 다릅니다. 그녀는 밝히지는 않지만 AI와 어머니를 똑같이 바라보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관객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SF에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모녀 관계에 치우쳐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연상호 감독은 그 부분을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방식을 지키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고 합니다.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캐릭터 간의 교류로서 말입니다. 그래서 영화 <정이>는 어떻게 보면 SF라는 장르부터 쌓아 올린 것이 아닌 캐릭터 간의 감수성에서 SF라는 블록하나를 끼워 넣은 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멜로나 감수성만 내세우는 영화는 아닙니다. 장르가 SF인 만큼 컴퓨터 그래픽도 꽤 신경 쓴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연상호 감독은 어렸을 때 감동을 받았었던 사이버 펑크에서 봤었던 분위기를 영화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경 기사의 한 기자에 따르면 아이디어 자체로는 빛이 나지 않는다며 독창적인 설정과 스토리 전개가 같이 가미될 때 비로소 재미로 이어진다며 영화 <정이>는 아이디어는 매우 훌륭하지만 가공과 발전 차원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며 토로했습니다. 또한 <정이>는 K콘텐츠 시대를 주도하는 연상호 감독과 '원조 월드스타' 강수연의 유작으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참신한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에는 힘이 조금 빠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새로운 세계관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올려놓고 다른 작품 못지않게 모성애 이야기로 빠져버린다는 진부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러나 배우 강수연의 유작으로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 만큼 후반부에 빛을 발하지 못한 영화내용은 관객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길 것으로 여겨집니다.
배우 강수연의 사망원인은 의학전문기자 출신이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으로 보았을 때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로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나 강수연이 쓰러지기 전 두통을 반나절 이상 앓았다는 점과 선행되는 증상으로 보았을 때 뇌출혈일 것이라며 추측했다고 합니다.
강수연은 영화 <씨받이>로 동아시아 배우 중 최초로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게 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삭발 투혼을 보였던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는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렇듯 많은 수상과 팬들의 환호성을 한 몸에 받았던 강수연이 돌아가신 지 몇 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영화로라도 그녀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위안을 할 수 있지만 영화내용은 그렇게 좋지 못한 게 마음이 조금 그렇습니다.
